♠ 서울의 도심에서 만나는 옛 공간
서울시 종로구 북촌 & 계동길 일대
♠ 마음이 쉬어 가는 자리, 그리고 은은한 향기
새해 첫날인데도 가회동의 한 찻집이 문을 열었다.조심스레 문을 밀고 들어가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연로한 할머니가 조용히 맞아 주었다.한옥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찻잔 속에 꽃향기'라는 글귀가 적힌 작은 식탁보 위에 붉은 화병이 놓여 있고,서쪽 창문으로는 새해 첫날의 햇살이 비껴들었다.쭈글쭈글 오그라들었던 국화꽃들이 찻주전자 속에서 활짝 피어났다.그러고는 그 옛날에 피웠던 향기를 찻잔 속에 그대로 쏟아 내어 한 모금만으로도 입안 가득 향기를 전해 주었다.
가회동에서 삼청동으로 건너가자 세상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전통의 모습이 가득하던 공간에 모던한 카페와 가게가 자리 잡았다.화려한 조명을 밝힌 레스토랑에는 새해를 맞는 연인들의 명랑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예전에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그곳은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가득한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었다.북촌의 기와지붕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르크트 광장을 둘러싼 고딕 건축물을 보던 때의 감흥이 그대로 살아났다.무엇보다 광장 주변의 작은 골목길을 걷다가 예쁜 카페에 들러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소품 가게의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것은 북촌의 골목길을 걸으며 느끼는 소박한 기쁨과 무척 닮았다.과거의 유산이 현재 속에 공존할 때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한 시간이었다.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여행이 이리도 간단할 수 있음을 북촌 한옥마을의 소박한 길을 걸으며 몸으로 느꼈다.
♠ 북촌을 지키는 맛,그리고 새로움 더하기
5월에 다시 찾은 북촌은 새해 첫날처럼 하늘이 여전히 잿빛이었지만 뭔가 한 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생동감이 꿈틀거렸다.북촌문화센터에서 다양한 전통 문화 강좌가 열렸는데,나란히 무릎을 꿇은 두 외국인 청년이 강사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복조리를 만드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넓은 정자 마루에서는 한 노인이 한가롭게 가야금을 뜯었는데,분주하던 마음이 가야금 연주 속에서 절로 느긋해졌다.
♠ 북촌이라 더욱 즐거운 우중산보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지만,우중산보를 멈출 수 없었다.계동길을 따라,가회동길을 따라 산보는 계속되었고,나와 같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북촌의 매력에 한껏 빠져든 사람들의 행렬도 이어졌다.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졌고,할 수 없이 산보를 잠시 멈추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어 갈 심산으로 주변을 살폈다.계동길 중간 즈음에 채 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쉬어 가는 의자를 내놓은 주인장의 인심이 정겨웠다.카페 밖에는'계동길의 따스한 정을 닮으려 한다.'는 주인장의 진심 어린 고백을 적어 놓았다.
중요한 건 존재이지 이름은 아니지만 존재가 중요하게 되면 그 이름도 의미를 갖게 된다.김춘수의'꽃'처럼.북촌이 그러했다.새해 첫날 이유도 모르고 찾았던 이 공간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모르게 소중한 의미를 지닌 곳으로 변했다.새해 첫날 어스름 속에 느꼈던 그 적적했던 심사는 이제는 가슴속 따스한 추억이 되었다.잠시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그 공간을 걷고,언제든 들르면 이런저런 세상 얘기를 하릴없이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존재하는 곳,그곳이 바로 북촌이다.
<여행 정보>
#도착하기
- 대중교통
➊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린다.가고 싶은 코스에 따라 나오는 출구 번호가 다른데 보통2번 출구에서 나와 직진하면 관광안내소가 보이므로 지도를 받아 자신의 관심 있는 곳을 표시한 뒤 코스를 정해 돌아 보자.
➋ 버스: 7025, 109, 151, 162, 171, 172, 272, 601번 버스 이용
➌ 공항버스: 602-1번 이용
#따라가기
북촌은 한옥,전통 공방을 포함해 다양한 공방,예쁜 까페,맛집,역사적 장소 등이 섞여서 계동,재동,삼청동,팔판동 일대에 걸쳐 넓게 펼쳐진다.언덕도 오르내려야 하므로 한 번에 모든 곳을 다 보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소박한 풍경이나 공방 체험을 원한다면3번 출구 쪽 동네를,화려한 곳을 원한다면2번 출구의 왼쪽으로 나오는 삼청동 쪽을 가 보자.가회동11번지와31번지에서 바라보는 기와지붕과 서울 도심의 모습은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전통미를 선사해 준다.
#먹어 보기
계동 현대사옥 근처에 있는 식당'안집'은 세련되지는 않지만 맛깔난 토종 음식이 한 상 가득 나오는 한정식이 맛있다.가회동 동사무소 뒤편에 자리한'두루미키친'은 간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건강음식이 가득하다.대로변에서 살짝 벗어나 동네 골목에 있는'후스 테이블'에서는 파스타(돈미약국 근처에2호점이 생겼으나1호점의 분위기가 더 정감이 있다.)를 맛보고, '대장장이 피자'의 화덕 피자, '차우기'의 젓가락으로 먹는 개성 있는 서양 음식 등이 발길을 붙잡는다.근처에 있는 다양한 카페에서 자신만의 맛을 자랑하는 커피와 차,케이크을 먹을 수 있으므로 어느 곳이나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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